2013년12월1일 주일설교문
[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기업이 되다 : 엡1장7-14절 ]
최수근 목사(예수생명교회 담임목사)
두 개의 다른 꿈
지난 몇 십 년 동안 한국교회 안에 세상을 향해 외치는 두 개의 상반된 음성이 있어 왔습니다. 현실정치참여를 외치는 이들과 교회본분에 충실하자는 이들의 음성입니다. 사실 유신정권이후 독재정권에 대항하면서 줄기차게 이 두 흐름은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대립해 왔습니다. 지난주에는 18대 대통령선거에 대하여 가톨릭 내에서도 이와 같은 두 개의 주장이 부딪쳤습니다. 한쪽에선 성직자들이 정치참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럴 수 없다고 강변하면서 대통령의 퇴진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당분간 가톨릭 내에 이 갈등이 지속될 뿐만 아니라 개신교 쪽으로도 곧 불길이 옮겨오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빛으로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 절기에 이와 같은 일련의 일들을 바라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냥 기도하며 침묵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대에 예언자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대립과 분열로 치닫는 지금, 무엇이 우리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겠습니까?
시대에 대한 통찰뿐만 아니라 우리들 일상의 삶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오늘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심으로써 이 세상에서 이루시고자 한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우리가 혹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도 풍성한 은혜를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누리지 못하는 불행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을 해봅니다.
과거 예수님이 오실 그 당시 이스라엘 땅에서 하나님이 이루시고자 하는 하나님 나라는 사람들이 고대하고 있던 꿈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주변 열강들에 의해 지배를 받던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오실 메시아에 대한 갈망을 갖고 살았습니다. 그 분이 오시면 열강의 압제로부터 해방되고, 새로운 날을 맞게 되리라는 큰 기대였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군중들 속에 나타나셨을 때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을 열강의 압제로부터 구원할 메시아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피: 대속의 은혜
하지만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은 단순히 이곳에서 인간들이 누리게 될 이 땅의 권리 회복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심은 새로운 정치회복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하나님 나라에서 누리게 될 권리 회복을 위해서였습니다. 그 권리를 에베소서 1장5절에서 분명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였으니”
이 회복을 위해 예수님은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하셨습니다. 그것은 죄인인 우리들이 다시금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자녀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죄사함의 문제가 선행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죄인인 우리들 자신의 힘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예수님은 참 인간의 몸으로 오셨습니다. 그렇게 성육신하셔서 우리의 죄를 위해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십자가의 희생이 필요한 것은 피 흘림이 없으면 죄사함도 없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9장22절에서 말씀합니다. “피 흘림이 없은즉 죄사함이 없느니라.”
이 대속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죄사함을 받게 되었습니다. 7절에서 말씀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결국 우리의 하나님 자녀 됨은 전적인 하나님의 결정이었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이와 같은 일방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우리는 하나님과 회복된 관계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딸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하늘의 신령한 복입니다. 하지만 신분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
하나님의 비밀: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누구나 깨닫고 예수께로 돌이켜 구원의 기쁨을 누리고, 하나님의 자녀 됨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이들이 듣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령한 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구속의 기쁨을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은혜로 인한 기적입니다. 이 복음의 비밀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총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8절에서 “이는 그가 모든 지혜와 총명을 우리에게 넘치게 하사”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는 우리에게 구속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와 함께 모든 지혜와 통찰력도 주셔서 우리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신 일들과 또한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하나님 나라 질서에 따라 살아가도록 하십니다. 9절에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하신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셨고, 숨기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하나님은 기뻐하셨습니다. 이렇게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통찰력은 구원의 비밀을 알아보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이 지혜와 총명으로 우리는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그 분의 뜻을 헤아리고, 이 땅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방향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거룩한 삶의 방향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구별된 하나님의 백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의 상황도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주신 지혜와 총명으로 대처한다면 지혜롭게 행동하고 사람들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
이처럼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 보이시고 그들을 구원하고자 하신 목적은 지엽적인 데 있지 않습니다. 우주적인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10절의 말씀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는 말은 본래적인 창조질서회복을 의미합니다. 모든 우주만물이 예전에 지은 죄로 말미암아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움에 빠졌었지만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고, 하나님의 통치에 복종하도록 하나님은 이 일을 이루셨습니다.
십자가의 최종적인 목표는 통일과 화합입니다. 인류의 범죄는 온갖 종류의 분열을 낳았습니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았고,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만물 사이를 갈라놓았습니다. 이제 갈라진 그 사이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대속으로 다시 회복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는 미움과 다툼과 경쟁과 불안의 관계를 사랑과 관심과 용서와 화해와 기쁨의 관계로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이로 인해 무질서와 혼돈 가운데 있던 모든 만물이 그리스도 안에서 공통된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분열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그와 함께 우리는 특별히 하나님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11절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기업으로 세워주신 목적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는데 있습니다. 12절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께서 창조와 섭리 그리고 선택을 통하여 얻고자 하신 것은 자신의 영광을 우리들로 하여금 드러내게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것은 단순히 예배의 목적이 아닙니다. 모든 존재의 목적입니다.
성령의 보증
하나님은 에베소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행하셨던 것처럼 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오늘 우리들에게도 다가오셨습니다. 죄 가운데 신음하고 있던 우리도 베풀어주신 지혜와 총명을 따라 구원의 복음을 들었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하나님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존재의 목적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와 함께 하나님은 우리의 구원의 사건을 보증하시기 위해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13절 “그 안에서 너희도 진리의 말씀 곧 너희의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 안에서 또한 믿어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으니” 믿는 자들이 성령을 받는 것은 그들이 특별한 의미에서 하나님에게 속했음을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하나님은 성령의 인치심을 통해서 그것을 보증해주시는 것입니다. 14절 “이는 우리 기업의 보증이 되사 그 얻으신 것을 속량하시고 그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 하심이라”이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를 향하신 소유권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더 이상 이 세상의 자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 이상 죄와 사망의 권세 아래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 이전, 일상의 삶은 마치 전쟁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전쟁은 이제 끝났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셨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우리는 그것의 지배를 받지 않습니다. 성령의 인치심을 통해 우리는 승리의 확신과 함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일상의 삶을 승리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매일 격려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의 구원은 하나님에게서 비롯되며, 또한 구원의 목적은 단순히 인간의 필요들이 충족되는 것만이 아니라, 비록 그런 것들이 성취되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 그분이 영광을 받으시기 위한 것입니다.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너무나도 풍성한 복을 주셨습니다. 이 땅의 가치로 이룰 수 없는 은혜를 입고 사는 하늘의 백성들로서 아버지 하나님을 찬송하는 삶은 가장 기본적인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바울은 고백합니다.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 그렇게 하나님의 영광으로 살아가기를 결단하는 성도들을 하나님은 당신의 기업이기에 품에 안고 가십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오늘부터 2013년 대림절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성탄절이 되기까지 죄에 빠져 암울함 가운데 있던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시간 속으로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절기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작금에 이 땅의 현실을 보면 정치적으로 혼돈 가운데 빠져 있습니다. 일부 성직자들까지 그 진흙탕 속에 뛰어 들었습니다. 더욱이 미국, 중국, 일본의 동북아 패권싸움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여전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허둥거리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개인의 삶도 그렇습니다. 2013년이 저물어가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확실한 것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앞에 남아 있는 수많은 시간을 어떻게 감당할까 생각해보면 잠이 오질 않습니다.
이런 희망이 사라진 이곳에 우리 주님이 오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늘의 신령한 복을 주시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것을 출발로 십자가를 통해 우리의 죄를 대속하셨고, 하나님 앞에 거룩하고 흠 없는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주셨습니다. 이렇게 우리 주님은 우리를 하나님의 기업으로 세워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앞날에 대한 보증이 되어주시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삶은 하나님의 영광의 찬송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하나님은 오늘 우리의 삶을 세워주실 것입니다. 강하게 하실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허망한 것에, 허탄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잠시 당한 고난에 힘들어하지 않고, 오직 우리의 소망을 하나님께 두고 오늘도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하며 나아갑시다. 뒤로 물러서지 않고 믿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삶을 지지해주시고, 세워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성령으로 인치신 하나님의 소유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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